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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시험을 처음 보는 딸아이에게 해준 이야기

딸아이가 중1입니다.

중1의 경우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1년을 통틀어 1학기 기말고사가 유일한 시험이더군요. 중간고사도 없고 2학기는 심지어 기말고사도 없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조치라고는 합니다만 장단점이 있을 것 같긴 해요


사실 시험이라는 것이 처음은 아니고 초등학교 때도 간단한 테스트는 있었습니다만 제대로 시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어느 정도 딸아이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는 이번이 처음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시험'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얘기를 해주어야 할까요?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얘기하죠. '시험 잘 봐라~'


사실 간단한 표현이지만 그 안에 상당히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어서 어린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시험이라는 것은 '잘 봐야 하는 것'이고, 그렇다보니 못보게 되면 부모님한테 혼날 것 같고 선생님 눈치도 보이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챙피해질 수 있고 그런...


물론 나중에 진로가 결정되는 결정적인 시험같은 것이 있긴 하기에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어릴 때부터 시험이라는 것에 대해 너무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두려워지고 시험을 기피하게 되죠. 결국 과중한 스트레스로 시험이라는 말만 들어도 멘붕상태가 되는 그런 극심함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시험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데서 자기 발전과 의지가 시작된다고 보니까요. 좀 더 부담스럽지 않게, 최대한 시험이라는 것을 즐기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좀 다르게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딸아이와 둘째 녀석한테 시험을 앞두고 이렇게 얘기해줬는데요. 



'시험'(test) 이라고 하는 것은 잘 봐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잘 보면 상을 받고 못 보면 꾸지람과 쪽팔림 대상이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시험'이라고 하는 것은 네가 뭐를 잘 알고 뭐가 좀 약한지 알려주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마치 수영하는 법을 조금 배운 후 큰 물에 나가 수영해보는 날과 같은 것이다.


그걸 해보면 네가 약한 것이 뭔지 비로소 깨닫게 되고 그럼 그걸로 된 것이다. 그걸 쉽게 알려주는 고마운 과정이 시험이라는 것이다. 테스트는 테스트일 뿐, 무작정 잘봐야 되는 대상이라기 보다 네가 잘 모르는 걸 진단해주는 것이니 부담갖지 말아라


그렇기 때문에 아빠는 너희가 시험을 못보더라도 점수가 낮다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네가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는 부분이 뭔지 보기 위해 치른 것이 시험이니 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시험을 보고 네가 몇가지 틀린 답을 적었는데, 그게 어떤 것이고 왜 틀렸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시험지 확보와 함께 네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가 다시 나오면 또 틀리지 않도록 확실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빠가 실망한다면 그건 낮은 점수때문이 아니라 시험 본 후에 그 중요한 과정을 게을리했을 때일 것이다. 그 부분을 안하고 그냥 시험 끝났다고 흥청망청 지내버리면 나중에 똑같은 문제가 나왔을 때 또 틀릴 것이다. 그러면 정말 실망할 것이다. 시험을 통해 네가 이 부분이 약하다고 나온 것인데 그걸 무시했으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시험은 못볼 수 있다. 못봐도 괜찮다.

네가 약한 부분을 알았으니 그걸 철저히 네 것으로 만들면 된다. 그런 진단일 뿐인 시험을 통해 약한 부분을 메워가면 저절로 너는 훌륭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을 통해 어느새 수영을 너무나 편하게 잘하게 되서 그 결과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말아라


  

  

그래도 여전히 걱정되는 눈빛으로 학교에 가긴 했습니다만 ^^ 

시험 끝나고 나면 많이 위로해주고 저 사후(?)과정을 딸아이와 같이 도와주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